오랜만에 산을 오르다.
산 꼭대기에서 가져온 고구마를 먹고 쉴 자리가 필요하다.
땅바닥에 앉을까?
나무 그루터기에 앉을까?
나무등걸에 걸터앉을까?
의자(椅子)일까 걸상(-床)일까?
사전을 찾아보니
의자(椅子) - 궁둥이를 대고 걸터앉을 수 있게 만든 기구
걸상( - 床) - 사람이 걸터앉을 수 있도록 만든 가구
나는 나무 등에 걸터앉았으니, 걸상이라 해야겠네.
걸상을 생각하며 의자를 떠올리니 생각나는 시(詩)가 있다.
고등학교 교과서에 실렸던 시 '의자'
지은이는 조병화 시인으로 시를 많이 지은(多作) 시인으로도 유명하다고 기억한다
(조병화문학관은 안성에 있는데, 45번 국도 이동저수지 부근에 있다)
의자 조병화 / 趙炳華
지금 어드메쯤
아침을 몰고 오는 분이 계시옵니다.
그분을 위하여
묵은 이 의자를 비워 드리지요.
지금 어드메쯤
아침을 몰고 오는 어린 분이 계시옵니다.
그분을 위하여
묵은 의자를 비워 드리겠어요.
먼 옛날 어느 분이
내게 물려주듯이.
지금 어드메쯤
아침을 몰고 오는 어린 분이 계시옵니다.
그분을 위하여
묵은 의자를 비워 드리겠습니다.
어름어름 찔끔찔끔 생각나는데....
가지고온 고구마를 다 먹었으면...
나도 또 다른 사람을 위하여 자리를 비워주자
그 사람도 새로운 사람에게 자리를 비워주고
비워주고 비워주고...
마지막 저녁에는 다람쥐에게 돌려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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