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에는 꼭 화장실이 필요하지 않았다.
학교 다녀오다가 작은 집은 길가에서 큰 집은 소나무 숲에서
화장실, 변소...
일 보는 본인 빼고는 환영받지 못하는 곳이다
남자작은일보는곳 경북 함양군 지리산 둘레길
그래도 시골 화장실, 변소(便所), 칙간(側間)에는 여유가 있다
바람이 지나갈 수 있는 곳
구름이 머물 수 있는 곳
멀리하는 냄새라도 소화시킬 수 있는 곳
해우소(解憂所)
세상만사 어려움과 고통을 없애는 곳이다
멀리 있는 고민이 아니라
바로 내 뱃 속의 고민을 풀어주는 곳
따지자면 땅값이 가장 높아야 하는 곳이다
정신적인 압박감을 풀어 주는 곳이다
얼마나 고마운 곳인가?
꼭막힌 아파트 화장실을 보다가
시골 변소(便所)를 보면 편(便)안함을 금새 느낄 것이다
지리산을 내려와 들리는 곳이다
시골에서 일 보는 곳만 생각하다가,
서울에서 꽉막힌 화장실을 들렸다
작은 일 보려고...
갈 때는 얼마나 냄새가 덜 날까를 생각하며 가는 데...
다른 곳과 달리 소변기 벽에 글씨가 써 있다
한 발만 더 앞으로 / one step forward
정중앙 정조준
군대에서 많이 들었던 말들이다
소변기 올림 서울 서초구청
'제가 지금 본 건 꼭 비밀 지켜드리겠습니다'
시원함을 맛보며...
한 껏 웃었다.
거기에다가 '소변기 올림'이라고...
이렇게 입이 무거운 소변기는 처음 본다
매우 창의적인 생각이다
누가 한 발 앞으로 가지 않겠는가?
누가 감히 정조준 하지 않겠는가?
정말 100점짜리 안내문이다
모든 세상일을 이렇게 멋있게 한다면 웃음으로 가득찬 사회,
신뢰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 수 있을건 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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