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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환기 그림에 부치는 시 詩 2018-1

곰돌이 baby bear 2018. 5. 9. 14:19

4월에 고향 내려가는데

올해는 아직도

 

김환기 시를 읽으며 향수를 달래다.

 

金煥基 散文集 - 그림에 부치는 詩

 

선이 가고 오고,

       멈추고 흐르고,

       곧게 휘어지게,

       서로 뭉치었다 헤어졌다.

  - 인간의 무연(憮然)한 이 합작에서 

        나는 놀라운 구성미(構成美)를 알았고,

               회화정신(繪畵精神)에 돌아가 보기도 한다.

     그리고 버라이나티한 음악까지 감득(感得)하게 한다.

- 1940. 5월

    

 ...

...

하늘에 비행기가 떠었다.

나는 새(飛鳥), 나는 사람(飛人)

저만치 뜨면 38선(線)이 보일까?

대동강도 녹았으리....

1950영 5월

 

處女出品

 

명제도 바로 그렇지만

   실제 작품의 내용과 형식이 여간 달콤한 것이 아니었다.

나는 지금도 대단한 낭만주의이지만 그때는 그만 낭만으로 살았던 때인지라

  「종달새 노래할 때」 달기만 했던 작품이었다.

모델은 없이 제작했으나

   누이동생 사진을 보며 머리 속으로 그렸던 작품이다.

 

구름, 버드나무, 새알(鳥卵)들이 보이는

   지극히 남방적인 풍토를 느끼게 한다.

나는 남방의 따사로운 섬에서 나고, 섬에서 자랐다.

섬이란 태풍이 오기 전에는 평화롭기만 했다.

 

사실이다.

그렇지만 특히 종달새 노래하기 시작하는 봄이면 살았나 죽었나 한계를 모를 정도로,

   하여간 무엇인지 모를 것들이 느껴지기만 하던 내 고향이었다.

나의 소년시절의 이러한 것들을 표현해 보려고 내딴에는 애써 보았던 것이

   한 달 만에 「종달새 노래할 때」가 이루어졌었다.

 

 

 

빠리통신II

 

내 예술은 하나 변해지지가 않았소.

여전히 항아리를 그리고 있는데

   이러다간 종생 항아리귀신만 될 것 같소.

 

여기 와서 느낀 것은 시정신(詩精神)이오.

예술에는 노래가 담겨져야 할 것 같소.

거장들의 작품에는 모두가 강력한 노래가 있구려.

 

지금까지 내가 부르던 노래가 무엇이었다는 것을

   나는 여기 와서 구체적으로 알아진 것 같소.

밝은 태양을 빠리에 와서 알아진 셈.

1957년 1월

 

빠리통신 IV

 

언제나 루오실에 들어서면 그만 흥분해 버린다.

 

내 고향, 산상(山上)에 오르면

   바닷바람에 씻긴 무수한 바위들을 볼 수 있다.

 

그 피부의 아름다움이란 내 소년시절 감정에 못 박힌 것인데,

    그러한 것을 나는 지금 루오에서 본다.

 

어찌 흥분하지 않고 배길 건가.

 

시골띠기 늙은 대장장이가 시뻘건 무쇠덩이를 이리 치고 저리 치고,

    그러나 마음에 드는 연장은 쉽게 만들어지지 않는다.

 

다음날 또 다음날 - 간신히 완성된 연장이란 한맡 평범한 곡괭이 밖에 안된다.

이 루오의 곡괭이를 보니 - 얼마나 아름다운 일(藝術)인가?

1959년 1월

 

 

하늘

 

새와 달과 산을 십수 년 그려 왔으나

   아직도 이런 것을 더 그리고 싶다.

브라끄도 새를 많이 그리고 루오와 미로도 달을 많이 그리지만

   내 새와 내 달과는 아주 다르다.

프랑스에는 달보고 바보라는 말이 있다.

그들은 달보다는 태양을 사랑할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달은 동양의 것일까.

...

1960년 1월

 

 

고향의 봄

 

내 고향은 전남 기좌도(箕佐島)

고향 우리집 문간에 나서면 바다 건너 동쪽으로 목포 유달산이 보인다.

....

그저 꿈같은 섬이요, 굼 속같은 내 고향이다.

겨울이면 소리없이 함박눈이 쌓이고

   여름이면 한번씩 계절풍이 지나는 그런 섬인데

   장광(長廣)이 비숫해서 끝까지 하룻길이다.

...

그래도 섬에는 수천 석씩 나는 평야도 굽이굽이 깔려있고

   첩첩산도 겹겹이 둘려 있어 열두골 합쳐 쏟아지는 폭포도 있다.

.....

낙락장송이 울창하게 들어찬 산을 바라보며,

   또 그 산 속에서 자란 나에게는 고향 생각이란 곧 안산 생각뿐.....

이 봄에도 섬아가씨들은 양지바른 산기슭을 찾아 검밤불이랑 냉이랑 캐겠지...

196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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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환기가 사랑했던 것들-김환기-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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